선배들의 이야기

#

김현종 기자

“한국일보는 지금
이 사건 어떻게
본대요?”

사건이 많았던 2020년 상반기, 출입처의 타사 기자들로부터 종종 이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사실관계가 모호할 때 한국일보의 판단을 묻는 겁니다. 본격적으로 취재에 뛰어들기 전에 한국일보의 생각을 참고하고 싶다는 것이지요. 이런 명성은 진영 논리에 벗어나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씨름해 온 한국일보의 유산입니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무리한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기사거리가 되지 못할 팩트를 큼지막하게 보도하는가 하면, 모든 언론사가 비판하는 큰 팩트를 뒤로 숨기기도 합니다. 언론사 별로 자신의 진영에 맡는 주장을 밀어붙이다가 생기는 일입니다. 진영이 팩트에 앞서는 모양샙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런 요령은 통하지 않습니다. 주장하고 싶은 바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하더라도, 그를 뒷받침할 팩트가 없으면 데스킹을 통과하지 못할 겁니다. 반대로 지시 받은 기사가 팩트에 어긋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기사화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완성도 높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데스크ㆍ취재원과의 치밀한 팩트 싸움을 겪다 보면, 어느새 더 단단한 기자가 돼 있을 것입니다.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만들어낸 한국일보의 유산을 함께 이어가게 되길
희망합니다.